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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잘 지냄? 나 잘 지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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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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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남아 미안하다

20년 세월도 훨씬 지난 그 때 

니가 얘기했지

그 해맑은 표정지으며

나하고 나이도 같으니까 친구하자고 말야

난 별 이유 설명도 없이 너의 호의를 거절했었지

미안하다

진짜 미안하다

그 거절한 이유 지금 얘기 할게

너 너무 거칠었어

너 택배하던 시절 그 땀나는 여름 

노란박스테이프를 니 머리에 칭칭 감고 

택배일하면서 몸에 배인 너의 모습 행동 급함 너무 거칠었어 

우왁스러운 널 내가 받아들이기엔 

감당 못 할 야생곰같았거든

근데 왜 친구처럼 그 동안 지냈는지 넌 아냐

오죽하면 내가 니 별명을 제주114라고했을까

내가 뭐 부탁만하면 내 부탁이 고마웠는지

그 부탁에 대한 너의 반응은  

막힘없는 고속도로였잖아

세월이 지나 

그 보이는 거칠함이 너의 본모습이 아닌데 말야 

너무 고마웠었어

그래서 미안하다

내가 또 천사라고 제2의 별명지어준거 기억하겠지

이솝우화 하나가 너 때문에 문득 떠 올랐거든

곰 새끼가 아름다운 것 찾아 가출해서 이곳저곳 돌다가

결국 자기들을 위하여 땀흘리며 일하는 아빠 곰을 보며 

아름다운 것을 찾았다는 그런 내용의 작품이었지

사실 밖에서는 누구한테도 인정 받지 못하며 

그렇게 거칠게 보일 정도로 힘들게 일하며 돈 벌이 하면서도

니 마누라 딸에게는 모든 것을 해준다며

너 아니면 누가 해주냐고

해맑게 얘기하던 너

그래서 니 별명을 천사로했다는 것을 

내가 누누히 얘기했었지

나 살면서 천사 처음봤다

그 아름다움을 

나에게도 나누어 주었고 말야

그냥 그렇게 사는줄 알았었지 

그냥 그렇게 미소라히바리의 흐르는 강물처럼 노래같이

그냥 그렇게 사는줄 알았었지 

근데 살면서 넌 내 앞에서 두번이나 엉엉울면서 술범벅이 되었지

니 마누라 딸들에게 인정을 받기는 커녕 남보다 더 한 무시를 받는다며 엉엉

니 마누라 딸들에게 인정을 받기는 커녕 남보다 더 한 무시를 받는다며  또 엉엉

두 번이나 말야

간혹 단란주점에 가도 룸도 아닌 꼭 홀에서 

길거리 밖까지 목소리가 퍼져나갈 정도로

마이크 터져라 노래부르던 너의 모습

근데 얼굴 표정은 항상 해맑았어 

너무 좋았던거지

넌 살면서 즐거움 찾는 장소가 

화려한 곳이 아닌 

단란주점에 맥주흘려 찌든 퀴퀴한 냄새마져 나는 한 평 무대였을거야

너 옆에선 술이란 친구도 같이 그 무대에 올라가

같이 꽥꽥 소리 지를 수 있었으니 말이야

그 한 맺힌 것 같은 흉성음에 

나도 복잡하게 뭉클한데 너는 오죽했겠냐

그래서 추스르라고 

넌 천사라고 내가 설명도 해 줬잖아

너도 그 말 들을 때마다 좋아했잖아

내가 삐져서 전화도 하지 말라고했다고

진짜 안 하냐 

지나다가 그냥 들르기라도 하지

아니면 공갈 화라도 내며 들르기라도 하지

삶의 기한도 짐작했을텐데 전화라도 하지

얼마 남지도 않았을텐데  전화라도 하지

그냥 갈걸 알면서 말야

내가 삐진거에 대한 미안함이였냐

이렇게 그냥 가버리면

내가 미안하잖아

니 미안한거는 완성시키고 가버리고

나 미안한거는 왜 평생 미완성시키냐고

친구하자며 말 건내는 해맑은 표정이 지금도 생생한데 말야

 

친구야 고마웠다

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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